비 오는 숲에서 보낸 하룻밤
일기예보에는 오후부터 비 소식이 있었어요. 갈까 말까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우비를 하나 더 챙겨 집을 나섰습니다.
숲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가는 비가 내리고 있었어요. 서둘러 타프를 치고 텐트를 세우고 나니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더라고요. 불을 피우기엔 장작이 너무 젖었고, 산책을 하기엔 길이 미끄러웠어요. 그래서 그냥 앉아 있기로 했습니다.
빗소리는 생각보다 여러 가지 소리를 냈어요. 타프 위에서는 둥글게, 나뭇잎 위에서는 가볍게, 땅에 떨어질 때는 낮게. 휴대폰을 가방 깊숙이 넣어 두고 그 소리를 듣다 보니 어느새 해가 졌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마음에 남았다.
다음 날 아침, 비가 그친 숲은 온통 젖은 초록이었어요. 짐을 정리하면서 생각했어요. 계획대로 되지 않은 날이 오히려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다고요.